월드컵 탈락→회장 사퇴→국회 청문회…대한축구협회는 정말 바뀌고 있나
정몽규 시대는 끝났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사람 교체'보다 '시스템 교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대표팀 감독 사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퇴진, 그리고 국회 청문회까지.
불과 몇 달 사이 한국 축구를 둘러싼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겉으로만 보면 대한축구협회(KFA)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축구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는 정말 달라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변화는 시작됐지만, 아직 '개혁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회장과 감독이 떠난 것보다 더 중요한 감독 선임 시스템, 의사결정 구조, 책임 체계와 투명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탈락이 다시 불붙인 축구협회 논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 부진은 단순히 한 대회의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이미 2024년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싸고 대한축구협회의 행정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결국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 부진은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을 다시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7월 3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결과에 대해 사과했다.
정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발생한 논란과 월드컵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고, 홍 전 감독 역시 대표팀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떠났다
한국 축구 행정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오랫동안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었던 정몽규 회장의 퇴진이다.
정 전 회장의 장기 집권 기간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운영과 감독 선임, 행정 투명성, 축구센터 건립 등 여러 문제를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됐다.
정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지도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회장이 바뀌면 축구협회도 바뀌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의사결정 구조와 제도가 그대로라면 새로운 회장이 등장하더라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까지 나선 대한축구협회 문제
2026년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을 다루는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의 핵심은 단순히 "월드컵에서 왜 졌느냐"가 아니었다.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협회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 인사 구조, 천안축구센터 사업,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한 대응 등이 함께 다뤄졌다.
청문회에는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을 비롯해 이용수 부회장, 김승희 전무 등 협회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청문회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주요 증인과 참고인이 불참했고, 2024년 국회 현안 질의와 국정감사에서 이미 제기됐던 내용이 다시 반복됐다. 일부 의원들의 질의가 월드컵 경기 결과나 선수 기용 문제에 집중되면서 정작 축구협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충분히 파고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약 12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국회 문체위는 대한축구협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체부와 축구협회의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 사이의 법적 갈등이다.
문체부는 2024년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정몽규 회장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 전 회장이 이미 물러났음에도 관련 법적 다툼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문체부가 축구협회와의 행정소송에 사용한 비용은 확인된 것만 약 9,900만원이다. 축구협회 측 소송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한국 축구를 둘러싼 행정 갈등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핵심은 '누가 회장이 되느냐'가 아니다
앞으로 가장 관심을 받을 부분은 대한축구협회의 새로운 지도체제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정말 바뀌기 위해서는 새로운 회장의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다면 후보군을 어떻게 만들고, 누가 평가하며,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협회의 주요 임원도 마찬가지다.
특정 인맥이나 학연을 둘러싼 의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선임 기준과 역할,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산과 주요 사업 역시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 개혁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회장 교체 → 인사 교체 → 조직 개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기준 공개 → 권한과 책임 분리 → 절차 기록 → 결과 공개 → 실패에 대한 책임
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K-축구 혁신위원회가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축구계 쇄신을 위한 'K-축구 혁신위원회'도 활동하고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박지성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축구협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몽규 전 회장의 사퇴 이후에는 차기 회장 선거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새 판 짜기'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결국 혁신위원회가 어떤 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실제 축구협회 운영에 얼마나 반영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끝난다면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정몽규 시대는 끝났지만 '정몽규 체제'까지 끝났는지는 아직 모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월드컵에서 탈락했고 감독은 책임을 졌다. 장기간 협회를 이끌었던 회장도 물러났다.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겉으로 보면 엄청난 변화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정말 달라졌다고 말하려면 한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새로운 감독을 뽑을 때 후보 선정 기준과 평가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며, 최종 결정 과정까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된다면 변화는 시작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사람만 바뀌고 의사결정 방식이 그대로라면 이번에도 변화는 일시적인 인적 쇄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얼굴 몇 명이 아니다.
누가 들어와도 같은 원칙과 절차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월드컵 탈락과 회장 사퇴, 국회 청문회까지 이어진 2026년의 혼란이 한국 축구의 또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지, 축구 행정 시스템을 바꾼 전환점으로 기록될지는 이제부터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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